2012년 '수영하기 좋은 물' 수준으로 개선된다더니…
조사 대상 39개 지점 중… 한강 하류·남강 등 16곳
수질 측정한 적 없고 5곳은 데이터 왜곡 발표
정부가 지난 8월 '4대강 살리기 최종 마스터플랜(기본 계획)'에서 밝힌 '4대강 수질 예측 결과'의 절반 이상이 왜곡·조작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수질 예측을 담당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의 수질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과거의 수질 실측치를 사실과 다르게 꾸미거나 없는 데이터를 가공(架空)해서 2012년 수질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나 '데이터 조작' 시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환경영향 평가'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엔 정식 착공(着工)에 들어갈 예정이나 4대강 사업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수질 문제가 막판에 불거지면서 향후 사업 일정이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생겼다.
◆54%의 데이터가 왜곡·조작
정부는 당초 4대강 66개 지점의 2012년 수질을 예측하려 했으나 이 중 27개 지점은 '2006년 현재 이미 목표 수질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해 최종적으로 39개 지점에 대한 수질 비교가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 8월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의해 39개 전(全) 지점의 2012년 수질이 2006년보다 더 개선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이 중 5개 지점은 2006년 수질 측정치가 실제와 다르게 왜곡됐고, 16개 지점은 수질 측정망이 없어 수질 측정치 자체를 구할 수 없는데도 마치 측정치가 있는 것처럼 꾸며져 '최종 마스터플랜 보고서'에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06년 수질 데이터를 '왜곡' 발표한 5개 지점은 낙동강 중류인 '낙동상주' '낙동구미' '낙동왜관' 권역과 금강 '대청댐' 그리고 영산강의 '영산강 하구언(둑)' 권역이었다.
예컨대 낙동상주 권역의 대표 수질 측정망인 '상주2' 지점의 경우 정부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1.1ppm(피피엠·100만분의 1 단위)인 2006년 수질이 2012년엔 1.0ppm으로 개선된다고 발표했으나 본지가 환경부의 전국 수질 측정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06년의 실제 수질은 이보다 0.3ppm 낮은 0.8ppm으로 확인됐다. 2012년 수질이 2006년보다 오히려 더 악화(0.8→1.0ppm)되는 셈이다.
정부가 수질 개선 예산으로만 3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2006년 수질을 실제보다 나쁘게 발표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영산강 하구언 권역의 대표 수질 측정지점인 '무안2'의 경우는 이와 반대였다. 2006년 실제 수질은 2.3ppm이나 정부는 이를 1.9ppm으로 바꾸고 2012년엔 BOD 수치가 다시 1.7ppm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수질 개선효과가 0.2ppm이지만 실제 데이터와 비교하면 0.6ppm 나아지는 셈이다. 한 수질 전문가는 "어느 경우든 2012년 수질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오는데 왜 원본 데이터를 바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수질예측 과정에서 어떤 오류에 봉착해 끼워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당시 수질을 측정하지 않아 수질 데이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정부는 실제 측정치인 것처럼 꾸며진 자료를 발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사례(괄호는 수질 측정지점)는 '한강고양(파주)' '한강하류(월곶)' '의암댐(남이섬)' 권역 등 한강에서 6개 지점, 낙동강과 금강이 각각 4개 지점, 영산강 2개 지점 등 39개 지점 중 16개 지점에 이른다.
'4대강 살리기 최종 마스터플랜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하류 '월곶' 지점의 2006년 수질은 3.3ppm으로 명기돼 있다. 그러나 이는 '유령 데이터'다. 정부 관계자는 "월곶 지점은 북한과 대치한 비무장지대(DMZ)여서 2006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수질 측정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남강권역의 대표 수질 측정지점인 '남강4-1' 지점과 금강 논산천의 '논산천4', 영산강 상류의 '광주2-1' 지점 등 나머지 15개 지점의 경우, 대부분 2007년 이후부터 수질측정이 이뤄졌는데도 정부는 이들 지역의 2006년 수질을 'BOD 1.0~5.8ppm 수준'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수질 예측을 실시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질 예측작업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한계"라고 밝혔다. 환경과학원 김경현 연구관은 "이번 수질예측 과정에 쓰인 '(컴퓨터) 수질 예측 모델'을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 실제 수질 측정치와 다른 데이터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수질 예측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환경공학과)는 "과거의 실제 수질 측정치가 그대로 입력되어야지 원본 자료가 왜곡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의 수질 측정치가 없는 지점의 미래 수질을 예측할 경우엔 "과거 자료는 '없음'이라고 밝혀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미래의 예측 수질과 아예 비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데이터 조작'을 미리 알고도 함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관계자는 "(환경과학원이) 4대강 추진본부와 환경부 등에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수질 예측 오류 가능성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로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함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