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4대강죽이기)

보 없애 수질살린 태화강 보 막는 4대강과 정반대

구반 2009. 10. 23. 11:02

보 없애 수질살린 태화강
보 막는 4대강과 ‘정반대’
이 대통령 소개한 사업모델 알고보니
퇴적물 쌓이고 수질 나빠지자 3년전 보 철거
전문가들 “4대강 생태계 파괴될 것…재검토”
한겨레 김광수 기자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모델로 소개한 태화강의 사례는,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되는 사업이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태화강의 경우 보를 없애고 준설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되살아났으나, 4대강 사업은 보를 16개나 새로 만들고, 6m까지 준설함으로써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29일 18차 라디오 연설에서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준설해서 물을 풍부하게 하고 환경친화적으로 강을 정비하고 나니까 이제는 울산의 아주 보물이 되었습니다. …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국토해양부는 태화강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모델로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16일 대한하천학회(명예회장 김정욱)와 2400여명의 교수가 참여한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공동대표 나간채 등 5명)은 자료를 내어 “태화강 사업은 4대강 사업과는 전혀 다르고 오히려 반대되는 내용”이라고 이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태화강은 있던 보를 없앰으로써 수질을 개선했으나, 4대강 사업은 없던 보를 새로 16개나 만들어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태화강은 1987년 명촌교 아래에 길이 600m, 너비 0.6m, 높이 1m의 보를 만들었으나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이 나빠지자 2006년 4월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물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애초에 없던 보를 모두 16개나 새로 만들기로 했다.

준설 방법도 태화강과 4대강 사업은 전혀 다르다. 태화강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염된 퇴적층을 50㎝ 정도만 걷어냈다. 당시 지나친 준설이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4대강은 수량을 늘리기 위해 강바닥을 6m 깊이로 파낸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와 흙, 자갈이 사라질 뿐 아니라, 강바닥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 사용 내용도 크게 다르다. 태화강은 수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1995~2007년 태화강 사업에 투입된 2324억원 가운데 1757억원(75.6%)이 하수처리장, 하수관 등 환경기초시설을 만드는 데 쓰였다. 이 결과로 4~5등급이었던 수질이 사업 뒤 1~2등급으로 개선됐다. 반면 4대강 사업은 전체 22조200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3조9000억원(17.5%)만 수질 개선에 사용된다.





이원영 교수는 “태화강과 4대강은 정반대 성격의 사업인데도 이 대통령은 이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태화강의 사례를 악용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강을 살리려면 현재의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출처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