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4대강죽이기)

정부 보 건설 폐해 유엔에 시인했었다

구반 2010. 4. 16. 11:55

정부 ‘보 건설 폐해’ 유엔에 시인했었다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 “생태계 교란”
‘수질 개선돼 환경복원’ 기존 주장과 어긋나
한겨레 남종영 기자기자블로그
정부가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서 보 건설이 강 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키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 건설로 수질이 개선돼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작성한 제4차 국가보고서(영문판)를 보면, 정부는 “한국 강 고유의 생태계가 물리·화학·생물학적 원인으로 크게 교란을 받고 있다”며 “준설작업과 골재 채취, 둑 건설, 수중보와 보 건설 등이 물리적 요인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또 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수부지와 제방 축조 △용수 공급을 위한 과도한 하천수 이용 △강의 직선화 등을 지목했다. 이들 하천 관리정책은 대부분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착공한 4대강 사업은 물 자원을 확보하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에 16개의 보를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보로 인해 물길이 막히고 습지가 줄어들면서 흰수마자와 단양쑥부쟁이 등 멸종위기종 100여종이 위협을 받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로 인한 생태계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4대강 살리기는 생명의 복원이고, 생태의 복원이고, 물의 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보고서는 또 그동안 축조된 소양호, 대청호 등 인공호수가 기존에 한국에 존재하지 않던 깊은 수심의 호소 생태계를 생성해 자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4대강이 사실상 보와 보로 갇힌 ‘호소 생태계’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보고서의 우려가 다시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아울러 하구둑의 효용에 대해서도 “기수역(강과 바닷물의 합수구역)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생태계가 크게 악화됐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팀장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보고서에서 실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엔 계획 없이 보를 건설했지만, 이번에는 상류에서 하류까지 종합적인 치수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생물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은 4대강 사업 목적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출처: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