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4대강죽이기)

낙동강 수억년 물길 없애고 인공수로 만드는 셈

구반 2010. 4. 14. 13:42

낙동강 수억년 물길 없애고 사실상 인공수로 만드는 셈”
[집중점검 4대강 사업]
한겨레 박영률 기자 메일보내기
» 류승원 생태학 박사




대구지역에서 20년 가까이 낙동강과 대구·경북의 생태지킴이 구실을 해온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사진·생태학 박사) 대표는 “낙동강은 영남지역 자연생태의 근간이며 영남 사림의 선비정신을 낳은 바탕”이라며 “정부가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을 궤멸시키는 짓을 하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류 대표는 9일 “낙동강은 안동 이남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넓은 모래밭과 갈대밭, 강변의 버들 숲이 특징”이라며 “4대강 공사가 끝나면 수억년을 흘러온 낙동강은 지상에서 사라지고 낙동강 인공수로가 새로 태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낙동강 등 4대강 사업을 자연하천을 없애고 인공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낙동강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한국의 강과 마찬가지로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흐르면서 절벽과 백사장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을 꼽았다. 류 대표는 “낙동강 상류는 산지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는 곡류하천으로 경관이 수려하다”며 “물이 들이치는 쪽에는 강변 절벽(하식애)이 발달하고, 반대편에는 모래 벌이 발달해 전통 한국회화의 풍경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런 풍경의 특징을 없애는 낙동강 사업은 바로 한국의 정체성을 허무는 것이라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경천대는 바로 이러한 낙동강의 대표적 절경인데, 이곳의 모래밭을 훼손한다고 한다. 그 부근에 있던 하중도가 4대강 공사의 보 건설과 준설로 물에 잠기게 되자 그 위에 흙을 쌓아 인공으로 섬을 만들겠다고 한다. 왜 원래 있던 멀쩡한 섬을 없애고 인공 섬을 만드나? 이게 무슨 짓인가?”

해평습지 등 습지가 사라지면서 텃새들이나 철새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도 류 대표를 우울하게 만든다. 두루미와 같은 주변 환경에 민감한 새들은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준설해 얕은 모래톱이 사라지고, 주변을 준설토로 덮으면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모래톱을 조각 형태로 보존하면서 해평습지 대책을 세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해마다 해평습지를 찾아오는 두루미를 앞으로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뒤 현재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없어지고 대신 호수에 적합한 정체성 물고기가 대거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낙동강 권역의 물 부족 지역은 대부분 경북 동해안, 경주·울산지역, 의성 등인데, 낙동강 본류의 강을 파헤쳐 물을 저장한다고 이런 지역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4대강으로 수질이 개선된다면 왜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 계획을 세우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정권이 추진하는 낙동강 사업은 ‘토건족’들에게는 이득이 되겠지만 이에 따른 후유증은 다음 세대까지 미칠 것”이라며 “하천이 감당할 수 없는 이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학에서 생태학을 강의하던 류 대표는 1991년 페놀사태를 계기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해마다 생태탐방팀을 이끌고 낙동강 곳곳을 누볐고, 지역신문과 1년 동안 낙동강 생태계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수질 문제를 넘어, 사람과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생태적 측면에서 낙동강을 이야기했다. 그것은 강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줬다.

 

박영률 기자

 

출처 :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