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4대강죽이기)

낙동강 경천대 모래톱 80% 사라질수도

구반 2010. 4. 14. 13:45

낙동강 ‘제1경’ 경천대 모래톱 80% 사라질수도
[집중점검 4대강 사업]
상주보 공사 1300만㎥ 준설
“풍경의 심장부 훼손되는 꼴”
한겨레 박영률 기자 메일보내기
» 낙동강 제1경으로 꼽히는 경천대에서 보이는 강물과 백사장, 논밭. 최병성 목사 제공
4대강 사업은 낙동강 제1경이라고 불리는 경천대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낙동강 준설로 경천대의 주요 경관인 백사장이 대부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4대강 사업으로 경천대 아래 약 5㎞ 지점에는 높이 11m, 길이 335m의 상주보가 들어선다. 그 사이 물길에서는 약 200∼250m 너비에 3∼4m 깊이로 준설을 한다. 준설량은 1300만㎥로 가로 10m, 높이 10m의 흙무더기를 대구~경주 사이 고속도로를 따라 왕복으로 쌓아 올릴 수 있는 양이다.

이 구간 하천기본계획 도면을 보면, 경천대 건너편 백사장도 경천대 절벽 쪽만큼이나 깊이 준설된다. 이대로 공사가 강행된다면 경천대의 멋진 경관을 연출하던 백사장은 사라지고, 오리배를 띄울 수 있는 유원지가 새로 생길 전망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낙동강 하천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경천대 앞 백사장이 약 80% 이상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낙동강의 특성인 너른 모래톱이 깎여나가고, 서울 한강처럼 제방과 둔치로 이뤄진 살풍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훼손은 시작됐다. 지난 9일 경천대 하류의 상주보 공사현장 부근에서는 이미 보 건설 공사를 위한 침사지 조성과 둔치 준설로 백사장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까지도 멀쩡했던 백사장들이 지금은 흉한 몰골의 물웅덩이들로 바뀌고 있다.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의 김영태 운영이사는 “경천대 주변 경관은 낙동강 1300리 가운데 최고의 절경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사장이 없어진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백사장이 사라지면 경천대 경관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과 시공사는 일부 모래밭이 훼손되는 일은 불가피하며, 경천대 등 낙동강 주변 경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북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단 양정배 사업1담당은 “4대강 기본계획이 바뀌지 않는 한 보 건설이나 준설로 인한 모래밭의 훼손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간(34공구) 공사를 맡은 대림종합건설 쪽도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퇴적 모래들은 준설하지만, 이런 구간은 어차피 장마철에는 잠기는 구간이어서 자연 경관에 큰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천대는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여리 물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끊어질 듯 말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낙동강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경천대에 오르면 너른 모래밭과 그림같은 낙동강 한 줄기가 굽이치며 어울린다. 세간에서는 하회마을과 회룡포를 합해놓은 절경이라고 말한다. 강의 허리를 찌르는 높은 절벽과 절벽 앞의 유유한 강물, 강물 너머의 하얀 백사장은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인근엔 선조 39년(1606년) 문을 연 도남서원이 있다. 박영률 기자

 

출처: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