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8조 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비를 떠넘긴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 핵심관계자는 "9월에 발표된 수공 부담액 8조 원은 최초 2조7700억 원이었는데 SOC(사회간접자본) 삭감 우려와 국가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토해양부가 수공에 선투자로 부담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계획 없이 여론 무마를 위해 수공에 8조 원의 사업비를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언은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이 국토해양부와 수공에 4대강사업 관련 자료를 회신받은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책정된 것"
24일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4대강사업에 선투자하게 된 수공의 8조 원은 처음부터 아무런 사업계획없이 정부의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책정된 것"이라며 "어디에 예산이 얼마나 투자될지는 정해진 바 없고 추후 8조 원의 예산을 놓고 수공의 선택에 의해 시행할 사업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수공 8조 원 부담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수공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발표한 8조 원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방안이 현재로선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내일(25일) 전체회의를 통해 수공의 투자비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와 수공 하천 우선개발권 부여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8조 원이 투자되는 구체적 사업내역은 10월 초에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4대강 마스터플랜이 처음 발표된 7월경 22조 원이 책정된 4대강 예산으로 인해 내년도 SOC사업 예산이 지역별로 20~30% 감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고육지책으로 4대강 전체 예산의 30%인 8조 원을 수공에 부담시키기로 하고 곧바로 여론 무마를 위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내년도 SOC사업의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수공이 떠안은 8조원은 결국 정부 금융지원에 따른 국민 혈세에서 지원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단지 정부가 4대강사업에 따른 여론의 직격탄을 피해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수공을 방패막이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의 실체를 면면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마스터플랜도 없이 '돌려막기식'으로 예산만 떠넘겨 발표하고 있어 사업의 진정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사업추진에 수공이 놀아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산 심의도 안했는데 승인 전제로 조기착공?"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체가 헌법과 하천법, 한국수자원공사법 등을 심각하게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오늘 10월께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16개 턴키공사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턴키공사를 이미 발주했고, 평가위원을 선정해 9월 안에 건설업체 선정과 설계를 마칠 예정이다. 턴키공사 규모는 각 공구별로 2000억~3000억 원씩 총 5조 원 정도다.
물론 이러한 조기착공은 국회의 예산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참석해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턴키공사 조기착공과 관련 "22.2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국회에서 심의·의결한 바 없다"며 "국회예결위에서 오는 11월에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 예산 승인을 전제로 한 4대강 턴키 1단계 착공은 헌법을 위반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한 뒤 착공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헌법을 위반해 조기착공할 경우, 만일 국회의 새해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이미 착공한 4대강사업 중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제외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며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훼손하는 일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부를 수공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한 것은 수공법과 하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공이 현재 떠안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규모는 8조원이다.
김 의원은 "수공법이나 하천법에 의하면 4대강 하천사업은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수공이 사업을 대행할 수는 있지만, 수공법이나 하천법에는 수공이 자체사업으로 직접 4대강 하천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수공법 제9조에는 공사 사업범위를 ▲생·공용수의 공급 ▲내륙주운 및 운하시설 ▲그밖에 수자원 종합개발과 그 이용을 위한 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수공이 시행할 사업은 모두 홍수조절용 사업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홍수조절용 시설과 같은 치수목적의 시설은 '그밖에 수자원의 종합개발과 그 이용을 위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만일 치수목적을 포함한다고 하면 국가의 기본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공이 직접 건설한 시설의 관리도 하천법 제8조 하천관리청의 규정에 의해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관리해야 한다"며 "수공이 자체사업으로 건설한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과 관리권을 수공이 취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공이 자금조달하는 은행이냐?"
특히 수공은 8조 원 중 2조8000억 원 규모의 신규사업 외에 5조2000억 원 규모의 추가사업을 수행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만 맡기고 나머지 4조1000억 원은 비용만 부담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수공에게 4대강 사업을 떠넘기려면 8조 원에 해당하는 사업물량 모두 수공에 줘야 한다"며 "그런데 4조 원은 돈만 부담하라고 한다면 수공이 무슨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으로 착각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민간건설업체에 배정할 4대강 물량을 줄이지 않기 위해 수공에 추가배정을 주저하는 것이라면 사전 담합의혹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보 건설과 하도 준설 등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은 500억 원 이상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보 건설과 하도 준설 등 핵심적인 치수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4대강사업 22조2000억 원 중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사업은 겨우 11.2%인 2조4773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지난 3월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고 하지만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시행령 개정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시행령 개정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개정 시행령은 모법인 국가재정법의 위임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 제75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정해 예비타당성조사의 취지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왜 6개 현행법 위반하며 무리하게 추진하나?"
이와 함께 4대강 건설공사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건설관리법 위반'이고, 유역종합치수계획이 선행되지 않은 채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확정한 것은 '하천법 위반'이고, 사전환경성 검토를 생략한 것은 '환경정책기본법 위반'이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헌법과 국가재정법, 수공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을 위반하며 4대강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은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당성 검증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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