宗치나

워낭소리 흥행지지?

구반 2009. 2. 18. 23:43
영진위, <워낭소리> 흥행 지지한다며 이건 뭔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제 전환 통보에 부쳐
  강민영 (taijiznz)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꼬리를 내린 건가.

 

지난 2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에 서울아트시네마(인사동 옛 허리우드 극장)의 위탁 사업을 공모제로 바꾼다고 통보하고, 2009년부터 독립영화 홍보·마케팅 지원사업(연간 예산 5억원)을 폐지할 거라고 하더니, 17일 한발 물러난 듯한 태도를 보여 하는 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독립영화계가 원할 경우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사업에 사용하려던 연 5억원의 예산을 기존처럼 제작 지원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네마테크 운영을 공모로 전환한다고?

 

  
ⓒ 이도훈
서울아트시네마

 

뚜껑은 더 열어봐야 알겠지만, 시네마테크와 관련해 중요한 건 공모사업 자체가 논의되고 있다는 '무서운' 현실이다. 공공기관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한 시네마테크 사업을 경쟁사업으로 치부하는 건 상식 이하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도화선에 불은 붙었으니 이제 그것을 막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궁극적인 문제는 공모에서 시네마테크가 뽑히게 된 이후가 아니라, 영진위의 예상 아닌 예상을 뒤엎고 시네마테크가 공모전에서 탈락했을 때의 일이다. 그렇게 되면 시네마테크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성과물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한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의 약 30% 정도를 위탁 사업으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문제는 전용관이다. 영진위가 허리우드 극장을 직접 계약했기 때문에 만일 영진위가 시네마테크의 사업을 경쟁으로 돌리고 기업으로 취급한다면 시네마테크는 말 그대로 설 자리를 잃고 다른 공간을 급박하게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네마테크는 공간은 비록 열악하지만, 그만한 공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10년을 싸워온 결과다. 비영리와 문화증진을 추구하여 이익이 나지 않는 시네마테크를, 대기업이나 자본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단체가 후원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15개 예술 영화 관련 단체들이 만든 민간 비영리 법인 시네마테크는 마땅히 공익 기관으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영진위의 일시적 결정은 마치 철거민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새 땅을 찾아보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1968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제2의 랑글루아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제2의 랑글루아 사태 올까

 

  
프랑수아 트뤼포의 대표작 <쥴 앤 짐>
프랑수아 트뤼포

랑글루아 사태? 이게 뭔가. 앙리 랑글루아는 조르주 프랑주와 함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공동 설립자였다. 그의 손에 의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운영되었고, 랑글루아는 많은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이 보길 원했던 사람으로 영화 상영 자체에 부단한 노력을 쏟았다. 

 

랑글루아가 설립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골방의 장소였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누벨바그 기수의 대표들, 즉 프랑수아 트뤼포나 고다르와 같은 인물들은 랑글루아의 시네마테크에서 열정적인 토론과 호소를 동시에 해결하며 자라난 사람들이다. 랑글루아는 시네마테크를 창립하기 이전, 기자 생활을 통해 수많은 무성영화와 B급 영화 그리고 실험작들을 발굴해낸 영화 혁명의 중요한 기수이다.  

 

그런 랑글루아가 1968년 2월 해임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랑글루아 사태'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드골 정부 그리고 당시 문화부 장관직의 앙드레 말로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사무국장이자 책임자인 앙리 랑글루아를 해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일방적인 정부의 방침에 반대해 프랑스 영화인들은 시네마테크가 자리 잡고 있는 샤이오 궁 앞에 모여서 랑글루아의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때 참여한 감독들은 고다르와 트뤼포를 비롯해 르누아르, 레네, 로메르, 샤브롤, 리베트 등으로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감독들이다. 장 피에르 레오와 벨몽도, 미셀 피콜리 등과 같은 배우들도 물론 적극적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이밖에 많은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샤이오 궁 앞에 모여 엄청난 시위를 벌였고, 영화 뿐 아니라 다른 예술 계통 작가들까지 '랑글루아의 해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정부에 직접 보내기도 했다.

 

계속해서 릴레이처럼 이어왔던 시위가 거세지자, 드골 정부는 랑글루아에게 정부 내정자와 함께 공동으로 시네마테크를 운영하자는 방침을 제안했다. 랑글루아는 '당연스레' 그것을 거절했다. 당시 유명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랑글루아의 해임 거절 그리고 복직을 옹호하는 성명서와 서명 운동을 대서특필로 실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같은 해 4월, 드골 정부는 시네마테크의 독립 운영권을 인정하고, 공문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랑글루아를 복직시켰다. 그리고 프랑스는 또다시 같은 해 5월 '68혁명'을 겪는다. 드골 정부로부터 시작된 보수적이고 강력한 권위주의가 결국 혁명을 낳은 것이다.

 

영진위의 사업은 '한국영화' 죽이기

 

현재까지는 대응책을 궁리 중이고,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는 시네마테크지만, 결국 시네마테크를 다시 일으킬 가장 큰 주체는 관객들이다.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를 감행하던 정부가 결국 문화계까지 불을 붙이려 들다니. 그들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으로도 '10년 후퇴'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쓴 웃음을 지으며 영화 산업에 대한 걱정과 지지를 '약속'하며 '걱정'하던 강한섭 위원장의 말은 그저 공기 중에 흐트러졌을 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은 곧 한국영화 살리기'라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자리를 피하고 숨어들기만 하는 그의 모습에 이젠 넌더리가 난다. 흥행이 좀 잘 되니 그야말로 등 떠밀려 '<워낭소리>의 흥행을 지지한다'고 웃음을 살포해내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현재 시네마테크는 한 발 물러나 다가올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하던 바대로 영진위가 위탁에서 공모사업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당장 시네마테크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심지어 오는 3월에는 베네수엘라 대사관과 함께하는 '베네수엘라 영화제' 프로그램과 예정돼 있는 '우리 시대 작가 특별전'을 미뤄놓고 다음 달부터 현재 시네마테크 아카이브에 구축해 놓았던 영화들만을 상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극장 운영 자체가 불가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총대를 잡아야 하겠지만, 나의 걱정이 그저 걱정에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색내기용인진 몰라도 영진위가 독립영화를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방안을 독립영화계와 함께 모색하는 공청회를 다음주에 연다는데, 그 내용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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