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이있어야 食도있다 - 이정우이번 선거는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원인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다. 위장, 거짓말, 반칙으로 얼룩진 이명박 후보가 낙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경제 실정, 아마추어리즘, 편 가르기, 인사 실패, 말 실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과연 그런가?
경제 실정이라고들 하는데, 참여정부 초기는 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에 부동산, 카드 등 온갖 거대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시기여서 항우가 온다 한들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정부들이 조자룡 헌 칼 쓰듯 남용했던 인위적 경기부양을 자제하고,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특히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인기에 초연했던 극히 예외적인 정치인이다. 그리하여 최근에 들어서는 경제가 자생적으로 회복되어 장기 호황에 접어드는 초입에 있고, 그 혜택은 이명박 당선자가 보게 생겼다. 노대통령은 불운했고, 이명박 당선자는 행운아다.
어려운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4~5% 정도의 성장을 달성했는데, 이는 나쁜 성적이 아니다. 1년 전 필자가 덴마크에 갔을 때 택시를 타니 기사가 콧노래를 부르며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경제가 좋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률이 얼마냐고 물어 보니 3%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4~5% 성장률에도 경제 실정, 경제파탄이라고 아우성이다. 왜 이렇게 다른가? 이유는 성장률에 있는 게 아니다. 덴마크는 택시가 적어서 수입이 좋고, 한국은 택시가 과잉이라 살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만큼 택시 많고, 이발소, 미장원, 식당이 많은 나라가 없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아니고, 역대 정부의 공동 책임이다. 역대 정부처럼 인위적으로 경기부양해서 거품을 일으키면 일단은 택시도 식당도 술집도 손님이 많아지고 살기 좋아진다. 그러나 그것은 마약요법이다. 대통령 임기는 평온히 넘어가지만 그 폐해는 오래 간다. 과거에 이런 무책임한 정권이 많았고, 그런 정책을 이끈 장관들은 경륜 있는 ‘프로’라고 칭송받았다. 그러나 그건 틀렸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소위 ‘유능한’ 프로가 아니고, 정직한 아마추어다.
편 가르기를 했다고 하는데, 해방 후 50년을 지배해온 친미, 보수, 부유층, 대기업, 서울 편향을 바로잡는 일을 많이 하긴 했다. 그러나 그건 누군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이고, 역대 정부가 직무를 유기해온 불균형 바로잡기를 뒤늦게나마 한 것일 뿐이다. 부동산 세금이 많이 늘었다고 불평인데, 보유세 강화는 역대 정부가 늘 미루던 숙제를 한 것이지 편 가르기 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왜 이리 민심이 떠났나? 인사를 잘못하긴 했다. 참여정부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이 이명박 캠프로 몰려가니 그런 기회주의자를 쓴 것은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다. 잦은 말 실수가 있었고, 그건 잘못했다. 주류 언론과의 불화라는 배경이 있긴 하지만 역시 말은 조심했어야 했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서민들이 살기 어려운데 말로써 천냥 빚을 갚아도 시원찮을 판에 말로써 천냥 빚을 늘였느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명박 후보는 당선 일성으로 건국, 공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선진화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와 선진국의 차이는 1인당 소득에 있는 게 아니고, 정직, 신뢰,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사회자본에 있다. 과거 독재정부들은 경제성장에 급급해서 사회자본을 파괴해 버렸는데, 이를 회복하는 것이 선진화의 핵심이다.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로 국방(兵), 경제(食), 신뢰(信) 세 가지를 들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신(信) 대신 식(食)을 택했다. 그러나 신(信) 없이 식(食)은 불가능하다. 공자 시대에도 그러했거늘 하물며 21세기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한나라당은 선거에 이기자마자 말을 바꾸어 특검을 없애려 하는데, 그럴수록 취약한 신뢰가 더 줄어들 뿐이다. 우리가 신뢰사회가 되려면 한 입으로 두 말 않기, 이런 간단한 것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명박 후보는 압승했지만 왜 이후보를 찍지 않은 국민이 70%나 되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정우/경북대 교수·경제학〉
사족
생각해 보면 화가 치민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냉정했고
꿈꾸던 돌처럼
우리의 판은 굳어버렸다
돌려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쭈~ㄱ
가자
웃통 풀어 풀어 헤치고
찬 바람 가슴에 넣으며
시린 이빨 꼭 다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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