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4대강 사업’이라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한반도 대운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일의 운하(運河)를 보고 하릴없이 반했을지 모르지만, 이 독일의 운하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웅크리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일부러 문제점을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운하를 접고 4대강을 정비한다는 사업의 규모가 예산 등의 면면을 볼 때 대운하의 그것과 흡사하거나 더 크다는 사실, 운하를 하지 않겠다면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하지 않아도 될 사업,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실은 패륜적(悖倫的)인 속임수다. 강 끼리 연결한다는 부분만 뺀 ‘대운하’다. 꼼수다.
이런 허튼 수에 속는 척, 바쁜 척 하며 방관하는 ‘알 만한 사람들’의 모습은 이 땅의 주인이 될 후손들의 얼굴까지 생각한다면 부끄럽다. 알면서도 권력의 곁불 쬐기에 탐닉하여 박수갈채를 날리는 이들은 아예 범죄적(犯罪的)이다. 임 박사는 이런 점을 차분히, 부드럽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절실하여 아프기까지 하다.
임 박사의 글(강연원고) 전문은 다음 웹주소(www.yejiseowon.com/41)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열정과 선량한 걱정이 스며 있다는 점 말고도, 그 글이 지닌 가치는 독일 현지의 사정을 꿰뚫고 있다는데 있다. 부럽기까지 했던 효율적인 물류와 관광자원으로서의 독일 운하의 ‘그늘진 오늘’과 과거의 논란을 가감(加減)없이 보여준다. 우리가 걱정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사람으로 치자면 멀쩡한 척추(脊椎)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다. 몇몇에게 이득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득을 위한 희생이 워낙 클 것임을 생각 가진 이들 모두가 황급히 경고한다. 그래도 모르는 채 이 정부는 흔전만전 강바닥에 고래심줄같은 국민의 혈세(血稅)를 쏟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배가 다니게 하는 공사가 있다. 수로 운송 즉 수운(水運)이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니 환경과 관광의 이득이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강에 배를 띄우는데 어떻게 환경이 좋아지랴? 또 관광객이 외국에까지 몰려온다고? 정녕 그렇게 생각하는가? 제 정신인가? 16개의 수중 보(洑)를 막는 것이 중점이라고 한다. 환경장관이 나서서 보 막는 것의 공덕(功德)을 자랑한다. 우리 국민은 바보 천치인가?
한강 등 우리나라 강은 가뭄 때인 갈수기(渴水期)와 홍수철의 흐르는 물의 양(量)이 차이가 크다. 그래서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수중보를 세워야 한다. 배가 보(洑)를 지나기 위해서는 보의 한 켠에 갑문(閘門)을 세워야 한다.
갑문은 쉽게 말해 욕조(浴槽)다. 그 안에 배를 넣은 다음, 보내고자 하는 쪽의 수면(水面)에 맞춰 물을 넣거나 빼고 배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이집트 나일강의 유람선 관광을 다녀오신 문들은 이 과정을 잘 안다.
수위(水位)의 차(差)가 2~3m에 불과한 나일강의 수중보를 지나는 것이 이럴진대, 이 수위 차의 2~3배는 너끈히 될 우리 강에 설치될 보의 갑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까? 올 겨울에 겪었던 것처럼 강이 얼면 이런 상황은 또 어떻게 전개될까?
이런 갑문이 16개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운하를 이용한 물류? 수상 관광? 환경 개선? 과연 책임 있는 이들의 사고(思考)의 틀을 거친 것인지 묻고 싶다. ‘되게 하라’는 구(舊)시대적 발상(發想)에 어거지로 맞춘 ‘4대강 정비’와 그 뒤에 도사린 ‘한반도 대운하’가 국토의 척추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도 모두 ‘내 책임은 아니다’며 외면할 것인가?
임 박사는 이 대통령이 가진 맹목적인 독일운하 신화(神話)와 그에 따른 잘못된 정책을 비판한다. 그의 논리는 상식(常識)이고, 독일 사람들이 내내 논의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되돌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 정비한 강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再自然化) 사업을 거친 강이 정비 이후 거듭됐던 홍수를 낙낙히 막아 줬다는 사실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원래 범람(氾濫)하던 지형은 더 잘 범람하도록 해 주어야 하고, 구불어진 곳은 구불어진 (자연의) 뜻을 살펴 그 뜻이 더 잘 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동양 사상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의미는 이런 분야에서 새롭게 해석되어도 훌륭하다. 덕(德)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보고 반한, 운하가 있는 독일의 강처럼 우리 강이 사철 비슷한 수량(水量)이 흐르는 것이 아님은 다 자연의 이치다. 수 억 년 스스로(自) 그러함(然)의 힘이 빚은 우주의 법칙인 것이다. 왜 섭리(攝理)를 등지고 재앙(災殃)을 부르려 하는가? 후손들이 겪을 일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라인강과 한강이 같지 않은 것이 틀린(wrong) 것인가, 다른(different) 것인가? 임 박사는 이렇게 썼다.
이런 공사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기는 하지만 홍수와 지하수 감소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한 액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독일에선 자연으로의 복구를 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홍수와 지하수 고갈의 원인이 과거에 강바닥을 파고 둑을 쌓은 공사에 있다는 것을 독일에선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칩니다.
독일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이러한 ‘문명(文明)의 겸허(謙虛)한 반성’를 인내천(人乃天) 곧 사람이 하늘이라는 어진 진리와 함께 살아온 우리가 배워야 하는 상황의 반전(反轉)이 아이러니컬하다.
‘기왕지사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그냥 가자’는 식의 논리를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는 ‘독일 사람들이 백년이나 걸려 꼼꼼히 만들고도 지금 반성하고 되돌리고 있는 상황을 바로 보라’고 한다. 지금 바로 잡아도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2년 안에 4대강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호언(豪言)과 장담(壯談)은 차라리 공포다. ‘이 시간에도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을 중장비를 생각하면 몸에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한 그는 이렇게 글(강연)의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독일의 라인강 같은 후유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논증(論證)을 먼저 마친 후에 공사를 계속하라고 정부에 꼭 건의해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어느 나라에 살고 있건 그 정도의 수고를 바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독일 사회에서 ‘대운하와 4대강’ 바로보기 운동을 펼치는 임 박사에게 필자는 빚을 많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까놓고 말해 부끄럽다. 힘없는 서생(書生)의 생각을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더 부끄러울 것 같다. 길이 후손들에게 낯이 안 설 것 같다. 이러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가? 부끄러움과 예의를 다시 찾고 싶다. 귀하의 생각은 어떠신지?
강상헌<시민사회신문 논설주간·한자교육원 예지서원 원장>
출처: 예지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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