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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순례 강둑길을 따라 푸른 희망으로 걸어가는 순례단 |
ⓒ 최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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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종교인 순례 64일째(4월 15일) 영산강을 걷는 날. 운하의 주인공들인 한빛고등학교 1-2학년 150명의 학생들과 걸었다. '자연사랑' '이웃사랑' 교훈아래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면서 밝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바람이 전해주는 들꽃들의 향기처럼 신선했다.
첫 번째 쉬는 시간에 나눈 한 아이의 희망이다.
"강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 기쁩니다. 경제성도 없는 무모한 정책을 포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65% 가까이가 운하를 반대하는데 왜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요?"(이지용 고1)
호루라기 소리에 다시 떠나는 강둑길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박성준)의 이야기도 들었다.
"운하에 대해 찬성하는 아이들도 있고 반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운하에 반대하는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가정학습을 신청해서 1박 2일이나 2박 3일 동안 대운하 반대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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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김 인류보다 먼저 태어난 강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마음은 인간을 섬기는 길이 아닐까 |
ⓒ 최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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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쉬는 시간에 앞서 강을 바라보며 큰절을 세 번 올렸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피어난 들꽃처럼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카메라를 들자 수줍어하며 얼굴을 가리는 아이의 걱정도 들을 수 있었다.
"영산강을 걸어보기는 처음이에요. 강을 따라 비포장 길을 걸을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이 강에 콘크리트 운하가 들어선다면 누가 강을 걷고 싶겠어요. 먼 훗날 우리 아이들과 강을 걸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속상해요."(김한나 고1)
문득 운하를 찬성하는 아이들의 의견이 궁금해 졌다. 맨 뒤에서 학생들을 따라가는 교사(이덕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계 2학년 아이들과 대운하에 대해 토론을 했어요. 21명 중 대운하 찬성이 12명이고 반대는 9명이었어요. 찬성하는 아이들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이유로 들었어요. 어차피 자연은 인간이 착취하는 대상이기에 100년 쓸 것 20-30년에 다 쓸 수도 있고, 운하에 대한 환경파괴나 오염은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면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였어요.
그리고 운하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우리가 지금 밥을 굶는 것도 아니고 운하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아 왔다. 운하에 쏟아부을 예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나 천정부지로 오르는 대학 등록금에 지원해 주면, 강도 살리고 복지를 통해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느냐. 모든 국민은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할 행복추구권이 있다. 그 권리에도 운하는 위배된다'는 논리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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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한빛고등학교 아이들이 순례를 떠난 이유를 순례단 단장으로부터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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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대낮인데도 한 유아원 교사가 간식이 든 바구니를 들고 6명의 아이들과 봄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다리 밑에서 토마토와 오이를 먹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걷는데, '운하는 저 아이들에게 희망일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밟혔다.
오전 순례를 마치고 다큐작가의 카메라 앞에 선 아이(이강호·고2)에게서 희망의 메시지, 어른들보다 현명한 지혜를 들었다.
"우리가 경제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지만, 돈이 먼저 일까, 생명이 먼저 일까, 생각해 보면 생명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생명을 품어온 강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기에 돈과 성장을 위해 파헤쳐서는 안 된다고 봐요. 추진은 이명박 정권이 하겠지만 그 운하의 피해는 우리 청소년들이 받게 되는 것 아닌가요. 또한 강은 아직 태어나지 않는 후손들의 것입니다. 강의 주인인 후손들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당연히 한반도 대운하는 포기해야죠. 독일은 미래 세대의 것이기에 30미터 이상 지하수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데 우리 어른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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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들이 유아원 아이들이 봄나들이를 나왔다. 대운하는 저 아이들에게 희망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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